옐로우삐버
「아직도 신데렐라를 꿈꾸는 이 시대의 모든 여대생들에게 : 작가의 말 일부 中」
“과연 신데렐라 스토리의 신데렐라는 왕자를 사랑했을까? 왕자의 배경을 사랑했을까?”
"21세기 여성들에게 던져진 진부한 질문!"
돈 많은 남자를 만나 인생 펴보고 싶은 건 모든 여자들이 한번쯤은 꾸는 꿈이다. 기원전 2-3세기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되었고 현재까지 내려오는 로맨스의 단초가 되었다.
그리고 여기. ‘2020년’ 자본주의의 노른자위로 기어 올라간 여대생 ‘세리’가 있다. 그녀는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출신이었고, 그중에서도 ‘흙수저’라고 불리는 한국판 빈민가 출신이었다.
인천 촌 동네 출신인 그녀가 우연히 서울의 한 클럽에서 만나게 된 부자 외국인 해리슨. 철저한 계획을 통해 미국 테크기업 사장인 해리슨의 환심을 산 그녀와, 서로의 만족감을 채워주는 조건상의 만남. 그 끝은 어디일까.
어느 날 해리슨은 세리에게 함께 미국에 가자고 제안하게 되고, 파란만장한 그녀의 21세기 판 신분상승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세리는 자신이 얼마나 운이 좋은 여자인가를 알고 있었다. 얻게 되는 것의 대가는 컸고, 그녀는 굴러 들어온 기회를 차버리는 바보가 아니었다.
본문 中
게임에서 지는 쪽은 술을 한잔씩 사는 게 룰이었다. 남자들은 술을 주문하러 가버렸고, 나는 육감적인 가슴골을 가진 교포녀와(정확히 이 여자가 교포인지는 모르지만 스타일이 그랬다.) 둘이 남겨졌다.
“아까 옆에 있던 백인남자가 남자친구예요?” 그녀가 먼저 말을 걸었다.
“아…음…글쎄요?” 나는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까부터 도대체 왜 사람들이 우리 사이를 궁금해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오지랖하고는. 나는 그녀에게 애매하게 ‘글쎄요…’라고 대답하는 게 불편했지만 하는 수 없었다.
“그래요? 예쁘고 어린데 왜 저런 아저씨를 만나?”
나는 순간, 두 귀를 의심했다. “네?”
“아까 자기가 화장실 갔을 때, 나한테 치근덕대던데? 내 동생 같아서 하는 말인데, 서양 남자들 중에 아시안 여자만 만나는 남자를 가리키는 용어도 있잖아요. 옐로우 삐버. 직역하면 노란색 독감. 쟤는 딱 그거야.”
본문 中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줄까?”
“응. 뭔데?” 그는 농담을 좋아했다.
그가 자동차 에어컨 필터 부근을 가리켰고, 그의 손끝으로 시선을 따라가자 종이로 된 작은 안내문이 보였다.
-차량 내에서 담배피지 마시오. 만약 흡연행위가 발각 될 시 벌금 500$ 청구함-
“이거 너무 웃기지 않아? 이렇게 바보 같은 안내문이 어디 있어?”
나는 도대체 어떤 부분이 웃음 포인트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해리슨은 말을 이었다. “나 같은 부자가 겨우 500달러에 쫄 거 같아? 그럼 너처럼 가난한 사람은 안에서 담배피면 안 되고, 나 같은 사람은 이런 경고문 따위는 그냥 무시해도 된다는 말인가? 하하하하. 이런 패배자 같은 경고문을 붙인 놈은 바보가 틀림없어.”
나는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표정관리를 하는 게 힘들 정도로 그의 예의 없는 발언에 화가 났다. 하지만 참아야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려버리는 게 상책이다. 나는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댈러스의 풍경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