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시티 증도(Slow City Jeungdo)
증도는 육지에서 연육교가 없으면 여객선을 이용하여야 갈 수 있는 섬이다. 증도대교를 건너며 비릿한 바다내음이 코끝을 적셔온다. 증도에는 느림의 철학이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갯벌이 있으니 생명체가 질서 있게 공존하며, 바다가 있으니 염전이 있고, 바람이 있으니 해송 숲을 거닐 수 있고, 밀려오는 물결이 있으니 모래사장을 거닐 수 있다. 갯벌과 염전, 해송 숲이나 모래밭에서 만나는 속도는 증도를 걷는 만큼이 빠르지 않다. 짱뚱어 다리에 올라서고, 염생식물원을 찾고,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기 위해 태평염전과 소금박물관을 찾는다. 갯벌에서 삶을 보기 위해 슬로시티센터를 가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모실길을 걸으며, 주민을 만나 미담을 듣는다. 갯벌 위에 배를 깔고 미끄러지는 짱뚱어의 생활과 부지런히 먹이를 주워 먹는 농게와 칠게의 반복되는 행동을 관찰한다. 모래에 영역을 정하고 집을 만드는 달랑게의 부지런함도 배운다. 건축가의 솜씨로 터전을 만드는 작은 생명체의 삶은 느림의 미학이다. 증도에서나 맛볼 수 있는 짱뚱어탕과 함초 비빔밥, 어부의 밥상에 오르는 소박한 음식 등은 우리의 미소를 이끌어 내고 있다. 바닷바람에도 고개 숙이지 않고 살아가는 엉겅퀴와 갯채송화, 해국, 원추리는 섬을 더욱 아름답게 꾸미고, 칡덩굴과 해송과의 만남은 자연의 예술작품을 만들어내고, 예덕나무도 노란빛으로 은은하게 섬을 빛내고 있다. 끝없이 펼쳐진 태평염전의 조각조각 엮어진 난치, 누대, 결정지에서 완성된 소금이 창고에 쌓이는 과정도 빼놓을 수 없는 철학이다. 증도는 아직도 천천히, 작고, 지치지 않는 '느림의 기술'이 진행되고 있다. 이것을 보고 배우며 함께 체험하는 시간이 되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