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10분만
“이제부터가 중요한 거야. 지금부터 시작이다.”
-넘어지려는 나를 잡아주는 것은 위로의 말이 아닌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다.
『옥상에서 10분만』에 실린 작품들은 이야기의 시작점에서 이야기가 끝나는 느낌을 준다. 멘토의 뒤를 봐 주기로 하고서는 엄청난 사건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도망가 버리는 「멘토 보고서」, 첫 키스를 하려던 순간이 성추행으로 일파만파 커지면서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된 「옥상에서 10분만」, 아마추어 복싱 대회에서 대진 선수의 얼굴만은 때리지 말아 달라는 회유를 받는 「붉은 주먹」 등 궁금증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인생에는 완성이라는 ‘결말’이 없으니, 어쩌면 이런 구조를 가진 이야기야말로 삶의 진실을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용기가 늘 같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게 아니며, 오늘의 결심이 내일로 이어지는 게 아니니까.